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김영사
1. 프롤로그 — “우리는 빠른 추격자가 아니다. 최초의 선도자가 될 것이다.”
저자는 2007년 6월 판교의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된 블루홀 스튜디오의 첫 모임을 재구성하며 서문을 연다. ‘개발자×창업자×게이머’라는 세 가지 정체성이 뒤엉킨 창업 멤버들은 **“한국형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들겠다”**는 치기 어린 구호를 외쳤지만, 첫 작품 TERA는 시장 타이밍을 놓쳐 치명적인 흑자를 냈다. 실패의 잔해 위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KRAFT(수공) + ON(작동)’이라 정의하며 크래프톤으로 재탄생한다.
2. 여섯 막으로 읽는 성장 서사
1 | 2006–07 | Ground Zero | 6인 창업·첫 투자 30억 확보 |
2 | 2007–11 | Bluehole Days | TERA 출시·적자 478억 |
3 | 2012–15 | Mobile Mirage | 9종 프로토타입 폐기·직원 감축 |
4 | 2016 | One Shot One Kill | 아일랜드 모더 ‘플레이어언노운’ 영입 |
5 | 2017–19 | Winner Winner | PUBG PC 7000만 장 판매·모바일 가입자 10억 명 |
6 | 2020– | Global Guild | 인도 서비스 중단→재런칭·KOSPI 상장 |
3. 크래프톤만의 조직 문법
3-1. 스튜디오 연방제
크래프톤 본사는 ‘통제’ 대신 ‘조율’ 역할만 맡는다. 각 스튜디오는 손익과 개발 방향을 스스로 책임지며, 연 2회 “발표가 아니라 토론” 형식의 심사만 거친다. 이 자율-책임 구조가 PUBG의 9개월 초고속 개발을 가능케 했다.
3-2. 실패 할당제
사내 규정에 ‘1 Launch : 2 Kill’ 룰이 있다. 한 타이틀을 런칭하려면 최소 두 개의 프로토타입을 자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실패 기록을 공유한 팀은 연말 평가에서 오히려 가산점을 받는다.
3-3. 글로벌-퍼스트 UX
UI 문구를 영문으로 먼저 작성 → 한국어 현지화 과정을 거쳐 “글로벌 원빌드”를 표준화했다. 초기 추가 비용은 컸지만, PUBG Mobile이 200개국에 동시 론칭될 때 현지화 딜레이가 ‘0일’이었다.
4. 장별 핵심 포인트
1 | “Founder’s FAIL Log” | 창업 첫 1000일간의 월별 손익계산서·은행 대출 담보 목록 |
2 | “TERA의 황혼” | 부분유료화 대세 전환을 못 읽은 원인 분석 |
3 | “모바일 신기루” | Clash of Clans 클론 실패 후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선회 |
4 | “브렌던의 DM” | 드로그헤다 출신 모더와의 디스코드 계약 과정 |
5 | “Steam D-Day” | 2017-03-24 새벽 01:00~10:38 긴급 패치 타임라인 |
6 | “인도·NDA·IPO” | 정부 규제·데이터 이전·소프트뱅크 투자 비화 |
5. 게이머가 반길 이스터에그
- PUBG 내부 코드명 Project Plung – ‘Player Unknown’의 장난스런 오타.
- 블루존 데미지 수식은 기상청 레이더 감쇠 모델을 변형해 만들었다.
- 에란겔 학교의 낡은 벽지 텍스처는 장병규 의장의 실제 초등학교 사진을 8-비트화 한 것.
6. 스타트업·PM·개발자를 위한 토론거리
- 자율 조직이 ‘책임 부재’로 흐르지 않으려면 어떤 보완 장치가 필요한가?
- ‘실패 할당제’가 복지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위험은 없나?
- 플랫폼 주도권(PC→모바일→콘솔)이 3년 주기로 변할 때, 제품 로드맵은 몇 년 단위로 설계해야 하나?
- 한 국가의 규제(인도)로 매출 28 %가 사라진 상황을 가정하고 리스크 플랜을 짜보라.
- 스튜디오 연방제가 가능하려면 본사 지원 조직(인사·법무·IR)은 어디까지 슬림화할 수 있나?
7. 문체와 가독성
이기문의 글은 리포터의 숫자 감각과 소설가의 장면 연출이 교차한다. 회계 법인 실사표·사내 메일·디스코드 로그까지 출처를 푹신한 내러티브 안에 녹여내 ‘논픽션의 재미’와 ‘비즈니스 교재의 유용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8. 약점과 한계
- 포스트-IPO 공백 – 2021년 이후 M&A(언노운 월즈, 스트레이스턴디오) 이야기가 두세 쪽으로 축약돼 아쉽다.
- 현장 노동자의 시선 부족 – QA 외주·콘텐츠 모더레이터의 과로 문제는 피상적으로만 언급된다.
- 투자·거버넌스 심층성 – 카카오·틱톡 등이 거론된 SPC 재편 협상은 ‘각주’ 처리돼 맥락 파악이 어렵다.
9. ‘읽기-전-체크리스트’
1 | 서문 다음의 연표를 먼저 훑어 사건 흐름을 잡는다. |
2 | 각 장 끝 ‘Internal Memo’ 상자를 클리핑하면 실무 벤치마크 자료로 활용 가능. |
3 | PUBG 라이브 서비스를 하는 스튜디오는 지표 항목(DAU·ARPPU·데브옵스 SLA)을 현재 지표와 비교해본다. |
4 | 부록의 20개 토론 질문으로 팀 세미나를 열어 조직·문화 개선안을 도출해본다. |
10. 결론
《크래프톤 웨이》는 단순 성공 신화가 아닌 실패 관리 매뉴얼이다. 크래프톤은 ‘가장 많이 넘어져 본 팀’이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는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게임 산업뿐 아니라 불확실성을 먹고 사는 모든 혁신 조직에게 이 책은 “실패를 자산화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는 귀중한 씽크탱크다.
- 교보문고: https://bitl.bz/zJkEw8
- Yes24: https://bitl.bz/Jbiv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