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가 만든 또 다른 세계
“엄마, 너도 정신 차려야 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잖아.”
낯설고 차가운 말투로 돌아선 아들. 언제부턴가 그는 방에 틀어박혀 헤드폰을 낀 채, 유튜브 속 세상에 푹 빠져 있었다.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는 이 한마디에서 시작된 싸움의 기록이자, 디지털 세계에 포획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권정민 작가는 직접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극우 콘텐츠의 위험성과 그것에 빠진 이들을 되돌리기 위한 몸부림을 이 책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단순한 육아 고백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장이며, 부모이자 시민으로서의 긴급한 응답이다.
🧠 아들이 빠져든 ‘극우 유튜브’의 세계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콘텐츠를 접한다. 유튜브는 특히 그중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한 플랫폼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추천을 쉴 새 없이 내보낸다. 문제는, 그 추천의 방향이 반드시 ‘건강한 정보’로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의 아들도 처음엔 단순한 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뉴스를 접하다가, 점점 혐오와 분노, 음모론을 조장하는 극우 콘텐츠로 빠져들었다.
“나라가 망하고 있어.”
“페미니즘이 문제야.”
“언론은 다 조작이야.”
이처럼 도식적인 문장이 반복되며, 그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기 시작한다. 흑과 백, 진실과 거짓, 선과 악. 이 단순한 구조 속에서 그는 ‘깨달은 자’가 되었고, 어머니는 ‘잠든 자’로 낙인찍혔다.
🧩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에 저항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다.
권정민 작가는 아들과의 대화를 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인내하고, 그가 보는 유튜브 영상까지 따라 시청하며 콘텐츠를 분석했다.
때로는 눈물을 삼키며, 때로는 분노를 억누르며 아들과 토론하고, 설득하고, 함께 자료를 찾고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공감’과 ‘질문의 힘’이었다.
무작정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 주장에는 어떤 근거가 있니?”
라고 묻는 방식으로, 사고의 문을 열어주려 했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상세하게 그려낸다. 부모로서의 고통, 시민으로서의 책무, 인간으로서의 절망과 회복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 알고리즘의 함정, 혐오의 증식
극우 유튜브 콘텐츠가 위험한 이유는 단지 정치적 편향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감정을 자극한다. 특히, 분노.
분노는 공유되고, 전파되며, 커뮤니티를 만든다.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 시청률을 위한 선정적인 발언, 그리고 잘못된 통계와 왜곡된 사실들이 뒤섞이며 진실처럼 포장된다.
이러한 콘텐츠가 퍼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튜브는 그런 관심을 ‘돈’으로 환산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 알고리즘의 생리를 해부하면서, 그 속에서 자라나는 ‘극우 문화의 산업화’를 지적한다. 혐오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돈이 되고, 돈이 다시 혐오를 재생산하는 악순환.
이 악순환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청소년’이며, 그것은 곧 우리 ‘가족’이다.
📚 유튜브는 왜 교과서보다 강력한가
십대들에게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이 아니다.
그들의 세상이며, 친구고, 학교고, 놀이터다.
모든 정보는 영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안에서 세계관이 형성된다.
책에서 등장하는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교과서보다는 유튜브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보였고, ‘현실을 바로 보는 눈’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 시스템의 부재’와 ‘디지털 리터러시의 결핍’이 만들어낸 사회적 구조의 문제다.
그렇기에 책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왜 아이들을 디지털 공간에 홀로 남겨두었는가?”
🛠 회복의 시작은 ‘함께 보기’에서부터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저자가 아들과 함께 문제의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며, 하나씩 멈춰가며 논의하는 장면이다.
“이 말의 출처는 어디일까?”
“이 통계는 실제 데이터와 일치할까?”
“왜 이 영상은 이런 제목을 달았을까?”
함께 보고, 함께 분석하고, 함께 판단하려는 이 과정이 바로 회복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단지 극우 콘텐츠에 대한 경고에 머물지 않는다.
진짜 주제는 ‘관계’와 ‘회복’이다.
그 회복은 단절된 소통을 다시 연결하는 과정이며, 지적 훈육이 아닌 ‘존중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다.
🌏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는 어느 특정한 집안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사회의 거울이다.
갈수록 극단화되는 정치, 혐오로 연결된 커뮤니티, SNS의 가짜뉴스와 무책임한 언론의 말장난들.
우리는 이제 단지 “우리 집 아이는 괜찮겠지”라는 말로는 이 상황을 넘길 수 없다.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혹시 우리도, 극우 유튜브가 말하는 ‘적’의 프레임 속에 갇힌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 진짜 필요한 교육은 ‘의심하고 질문하는 힘’
저자가 아들과 나눈 대화 속 핵심은 바로 '비판적 사고'다.
어떤 영상도, 어떤 말도, 어떤 지식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출처를 묻고, 맥락을 살피고, 목적을 파악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교육이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 부모의 역할, 시민의 역할
권정민 작가는 단지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이 싸움을 감행했다.
그것은 동시에 하나의 시민운동이었고, 교육적 실천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희망의 회복이었다.
책 말미에는 이러한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팁과 제안들이 정리되어 있다.
● 자녀가 보는 유튜브 채널 리스트 확인하기
● 극단적 언어에 노출되었을 때의 대화법
●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키우기
●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는 추천 콘텐츠 목록
이러한 정보들은 단지 ‘부모용’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시민의 기본 소양이다.
🧱 결코 혼자서는 버틸 수 없는 싸움
책을 읽으며 가장 절절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바로 ‘고립’이다.
디지털 공간은 아이를 낯선 세계로 데려가 버리고, 부모는 따라잡지 못한 채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 것.”
“함께할 수 있는 동료를 찾을 것.”
“말을 멈추지 말 것.”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구출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그것은 ‘함께’할 때 가능하다.
📝 마치며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는 단지 한 가족의 구출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생존 전략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혐오와 극단이 아닌, 공감과 연대로 이어지는 사회를 위한 작은 첫걸음이다.
자녀가 있는 부모뿐 아니라, 교사, 교육자, 청소년, 미디어 관계자, 시민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유튜브를 보는 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 교보문고: https://bitl.bz/BcqCwJ
- Yes24: https://bitl.bz/Q6obAJ
- 영풍문고: http://app.ac/Mtp8bfM33
'교양, 자기계발,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디 L. 스캐치,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 우리가 법을 믿지 못할 때 필요한 시민 수업, 위즈덤하우스 (0) | 2025.07.20 |
---|---|
텔모 피에바니, 불완전한 존재들 - 결함과 땜질로 탄생한 모든 것들의 자연사 , 북인어박스 (0) | 2025.07.20 |
홍성현, 파이낸셜 모델링 바이블 - 글로벌 금융업계 실무 수준으로 배우는, WST (0) | 2025.07.20 |
오찬호, 납작한 말들 - 차별에서 고통까지 어쩌라고가 삼킨 것들, 어크로스 (0) | 2025.07.20 |
정현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 - 차이와 차별을 넘어 모두에게 이로운 생존 가치, DEI, 트로이목마 (0) | 2025.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