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 왜 ‘그림’이라는 프레임으로 삶을 이야기할까?
‘나답게’ 살고 싶지만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주저앉아 본 적, 누구에게나 있다. 만화가 초록뱀의 첫 장편 만화 《그림을 그리는 일》(창비, 2020)은 그 흔들림을 정면에서 포착한 작품이다. 작가가 “그림책 작가로 오래 일하다 만화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독자를 찾았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예스24
2. 작품 개요 ―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아직 그림을 그린다”
- 형태: 316쪽 단행본 만화
- 주인공: 일러스트레이터 성민
- 배경: 홍대 주변 고시원·반지하 작업실·편의점 아르바이트 매대 등 2010년대 후반 서울의 그늘진 삶의 현장
- 주제: 예술 노동, 불안정한 미래, 관계의 균열, 자기 회복
책은 서문부터 “잘 모르겠다”는 혼잣말로 출발한다. 확신 대신 물음표로 가득한 화자의 목소리는 곧 우리 자신의 목소리다. 예스24
3. 줄거리 압축 ― “오늘을 그리는 일”이 멈추지 않는 이유
성민은 어린 시절 만화대여점에서 《드래곤볼》 을 빌려보며 화가의 꿈을 키웠지만, 현실은 출판사 편집자의 빼곡한 수정 요청과 카드값, 월세, 그리고 ‘잘나가는 친구들’의 SNS 피드가 던지는 압력이다. 편의점 야간 근무 뒤 돌아온 좁은 방에서도 성민은 노트를 꺼내 든다.
- 1막: 실패로 시작되는 첫 출판 미팅
- 2막: 동료 작가들의 전시에 느끼는 열등감과 질투
- 3막: 고단한 생계 아르바이트 속에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케치북
- 4막: ‘그리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라는 절박함이 전환점이 됨
- 5막: “정답 없는 그림처럼, 정답 없는 삶도 그려 보자”는 결심으로 귀결
이 구조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주된다. 낙관과 체념의 파동이 독자의 심박을 따라오듯 묘사돼 ‘읽는 경험’이 곧 ‘사는 경험’으로 치환된다. 창비만화규장각
4. 캐릭터 탐구 ― ‘나’이자 ‘우리’인 성민
성민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다. 그가 겪는 불확실성(아르바이트 일정, 월세, 인간관계의 틈)은 평범한 청년이 맞닥뜨리는 리얼리티다. 그렇기에 독자는 그를 ‘타자’가 아닌 ‘동료’로 체험한다. 작품 후반부 성민은 “두렵지만 계속 그릴 거야”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예술가만의 다짐이 아니라, 오늘을 버텨 내는 누구의 입에서도 튀어나올 수 있는 공용어다.
5. 미학적 특징 ― 손글씨 대사와 영화적 컷 구성
- 손글씨: 대사의 굵기·기울기·숨표가 감정선을 그대로 반영한다. 활자보다 느리게 읽혀, 독자는 ‘말’을 넘어 ‘호흡’까지 받아 적는다.
- 컷 분할: 한 장면에 배경·표정·디테일을 순차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은 인디 영화의 롱테이크를 연상시킨다. 덕분에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차분한 몰입”이 완성된다. 예스24
- 색채 운용: 종일 흐리다 저녁 노을에 물든 듯한 파스텔 톤이 주조(主調)를 이룬다. 이는 ‘찡한 슬픔’이 아니라 ‘희미한 그리움’을 호출한다.
6. 주제 의식 읽기 ― ‘창작’과 ‘생존’ 사이, 균열을 긋다
- 예술은 노동이다
성민이 계약서 한 줄, 편집자 한 마디에 좌절하는 장면은 예술을 ‘취미’로 소비하는 사회의 맹점을 드러낸다. - 불안이라는 일상
“통장 잔고가 바닥난 것도, 미래가 불확실한 것도 모두 그림 때문이다”라는 내레이션은 ‘꿈이 곧 불안’이라는 역설적 진실을 환기한다. 만화규장각 - 관계의 덧없음
성민이 동료들의 SNS 게시물을 ‘좋아요’만 누르고 속으론 질투하는 장면은 탁월한 시대 극. 연결망이 촘촘할수록 고립감이 커지는 젊은 세대의 모순을 포착한다.
7. 작가 초록뱀 ― “그리는 행위로 세계와 손잡다”
오랜 기간 그림책 작가로 활동한 초록뱀은 “이야기 씨앗을 만화에도 그림책에도 계속 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still_drawing_in_seoul이 말하듯, 그는 ‘여전히 그리는 사람’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일상의 주문으로 삼는다. 예스24
8. 창작의 배경 ― 2018~2019년, 길어진 경기 침체와 예술노동 현실
- 경제: 청년체감실업률 22%를 넘나들던 시기, 프리랜서 예술인의 불안정 소득 문제가 사회담론으로 부상.
- 문화: 독립출판·SNS 아트 계정 붐과 동시에 ‘좋아요 경제’가 창작자의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 논의.
- 사회: “퇴사 후 N잡”이 흔해진 분위기 속에서, 예술노동을 본업으로 삼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대중의 공감을 얻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이 배경을 사실감 있게 녹여 ‘특정 인물의 스토리’를 ‘세대의 기록’으로 확장시킨다.
9. 이 책으로 얻는 열 가지 통찰
- 첫 단추의 실패가 전체를 망치지 않는다
- 창작의 진짜 연료는 ‘좋아하던 마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마음’
- 질투는 방향 감각을 잃은 열정
- 아르바이트도 ‘생활 러프 스케치’가 될 수 있다
- ‘그만두고 싶다’는 문장 뒤에는 ‘그러나’가 숨어 있다
-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거울
- 예술가의 언어는 화려한 은유보다 꾸밈없는 기록
-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걸어온 시간은 도면처럼 쌓인다
- ‘그리는 손’보다 먼저 지치지 말아야 할 것은 ‘보는 눈’
- 우리가 결국 지켜야 할 것은 직업명이 아니라 감각 그 자체
10. 독자들이 꼽은 공감 구간
- “퇴근길 버스 안, 성민이 스케치북을 꺼내는 컷에서 울컥했다”
- “SNS 속 화려한 타인의 전시사진을 보며 작가가 ‘좋아요’를 누르고 화면을 끄는 장면이 내 얘기였다”
- “마지막 페이지, 성민이 무표정으로 연필심을 갈아 끼우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리뷰를 넘어 ‘집단적 체험 보고서’처럼 읽힌다. 예스24
11. 리뷰어로서의 시선 ― ‘그림’이 아닌 ‘그리는 행위’를 사랑하게 만드는 책
읽다 보면 작품은 “그림이 나오기 전의 수백 장 드로잉”을 애정 어린 눈길로 보여준다.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태도’에 의미를 둔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12. 추천 대상
- 예술·창작 분야를 꿈꾸지만 ‘현실’ 앞에서 주저하는 청년
- 직업과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든 이
- 버티고 있는 동료에게 “내 마음도 이렇다”고 말해 주고 싶은 사람
13. 에필로그 ―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그린다”
성민이 연필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프로 의식’이 아니다. 그 행위가 자신을 증명하는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그리며 살고 있느냐고.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다시 손에 연필·키보드·카메라·스패너 중 무엇이든 쥐게 된다. 그 순간, 우리 역시 ‘오늘을 그리는 사람’이 된다.
- 교보문고: https://bitl.bz/IgUVii
- Yes24: https://bitl.bz/mEqf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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