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거대한 우주를 탐사하는 만화적 인문학
1. 프롤로그 ― “나를 길러내는 법”을 묻는 모든 이에게
서울 한복판, 8평 남짓한 원룸에 살며 월세·야근·불안이라는 ‘삼중주’와 씨름하는 사회초년생 ‘이시다’. 그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숨겨둔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선연히 떠오른다. 김정연 작가의 웹툰을 단행본으로 묶은 『혼자를 기르는 법 1~2권 세트』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도 유려한 사적 기록이자 세밀한 사회 보고서다. 6칸 흑백 만화 안에 응축된 도시 청년의 초상은, 우리 각자가 길러야 할 ‘혼자’라는 생명체의 맥박을 또렷이 들려준다.
2. 책의 기본 정보와 출간 연혁
- 저자 · 그림: 김정연
- 출판사: 창비
- 1권: 2017년 2월 3일 출간, 344쪽·19,000원
- 2권: 2018년 5월 31일 출간, 348쪽·19,000원
- 세트 정가: 40,000원 → 36,000원(10 %↓)
- 어나더 커버 특별판(2022.6.15): 리커버, 추가 일러스트 엽서 수록, 28,800원(10 %↓)
본작은 2015년 카카오 웹툰 연재(구 다음 만화속세상)로 처음 공개되어 **2016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3. 1권 깊이 읽기 ― ‘여기 사람 있어요’부터 ‘캐치 앤 릴리스’까지
1권은 “프롤로그”와 네 개의 장(총 20화)으로 구성된다. 시다는 ‘독립 동물’로 자처하며 햄스터 포이스터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노동(편집 디자이너 일)과 생존(편의점 할인 도시락), 그리고 관계(사무실 동료·옆방 청년)에 휘둘리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낸다.
- 〈먹고사는 일〉: “오늘도 나는 월급이라는 목줄에 당당히 목줄을 걸었다.”—돈이 삶을 견인하는 방식을 해부.
- 〈이웃집 밀웜〉: 옆집 하우스메이트의 애완곤충 사육기를 통해 ‘혐오’와 ‘다름’의 경계를 재조정.
- 〈레이아웃 판타지〉: 고시원 수준의 공간을 ‘홈 카페’로 꾸미는 상상의 힘.
김정연 특유의 낯설게 보기 기법—흑백 대비, 날렵한 여백, 생활용어를 시적 문장으로 전복—가 1권 전체의 리듬을 결정한다.
4. 2권 깊이 읽기 ― 시리의 등장, 그리고 몸이 보내는 신호
완결권인 2권은 **시다의 여동생 ‘시리’**의 상경으로 서사가 한층 입체화된다. 가족이라는 안전망이면서 동시에 ‘타자’인 존재가 합류하며, **“함께 있어도 결국 혼자”**라는 메시지가 부각된다. 출근길 갑작스럽게 찾아온 미주신경성 실신(어지럼증·호흡 곤란)은 청년층의 감정노동성 신체화를 정확히 겨냥한다.
- 〈호모 일렉트로닉쿠스〉: 휴대전화 배터리 그래프와 자신의 체력을 동일화하는 장면이 압권.
- 〈가짜가 되는 일〉: ‘인스타그램식 삶’과 실제 자아 사이의 간극, 그리고 자기 연출의 피로를 고발.
- 〈캐치 앤 릴리스〉: 만물상 할인 코너에서 산 낚싯줄로 ‘퇴근 후 낚시 놀이’를 하며, 욕망을 “낚았다 놓아주는” 법을 배운다.
5. 만화적 장치 ― 6칸 폼과 흑백 대비
김정연은 6칸 정사각 캔버스를 고수한다. 수평·수직의 규칙성은 빽빽한 도시 생활 속 일정한 호흡법을 상기시키며, 흑백 선화는 ‘돈 없는 현실’의 색을 의도적으로 비워 둔다. 덕분에 작은 의성어·의태어, 간헐적 컬러 포인트가 가진 정서적 펀치가 극대화된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포스트 미니멀리즘 만화’의 성공적 사례”라 평한다.
6. 주제별 탐구
- 자립: 독립은 ‘혼밥·혼술’ 같은 소비 행태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제거한 생활 설계권임을 역설.
- 노동: 야근과 계약직, 그리고 ‘쪼개진 월급’에 기대어 굴러가는 도시의 톱니바퀴를 해부.
- 소비와 탕진: ‘탕진잼’ 대신 ‘탕진잠’(무기력한 수면)을 택하는 장면에서 소확행의 허무를 비춘다.
- 관계의 재구성: 가족·동생·회사·동네 고양이—모든 존재와의 접촉 지점을 낮은 밀도로 유지하며 스스로를 지킨다.
- 몸/정신 건강: 실신·피로·공황 증세 등 ‘보이지 않는 아픔’을 사실적으로 서술하여 정신질환 공론화에 기여.
7. 캐릭터 클로즈업
- 이시다: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중”이라 말하는 관찰자이자 실험자.
- 시리: 혈연이자 ‘타자’—시다의 거울 역할을 하며 집단 속 고독을 강조.
- 포이스터(햄스터): 언어 없는 존재가 주는 무조건적 동행의 상징.
- 도시(배경): 실제 캐릭터처럼 기능, 건물·지하철·편의점이 ‘말 걸어오는’ 구조.
8. 현실 공감 포인트
- 월세 55만 원, 보증금 500만 원: 2020년대 수도권 1인 가구 평균 주거비와 정확히 겹친다.
- 1일 8000보 출퇴근 루트: ‘걷기 경제’와 대중교통 피로를 시각화.
- 플라스틱 생수통·일회용 컵: 1인 가구 생활 쓰레기 문제까지 담아내며 지속가능성 화두 제기.
9. 수상·평단 반응
- 2016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곧 가장 사회적인 서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라는 심사평.
- Goodreads 평점 4.39/5: 해외 독자들도 “도시·노동·고독을 다룬 보편성”에 호응.
10. 독자 리뷰에서 뽑은 핵심 키워드
“내가 곧 시다”, “혼자이되 고립되지 않는 감각”, “웃픈 생존기”, “차가운 위로”. 2030 여성·남성 모두의 **‘현실 공명도’**가 높다.
11. 세트 소장 가치
- 전권 세트: 한정 박스 케이스·띠지에 작가 친필 메시지(초판 한정).
- 특별판: ‘어나더 커버’—줄 라이팅 대신 곡선형 프레임으로 재디자인, 표지 일러스트 2배 확대 인쇄.
- 부록 엽서: 미공개 컷 4종 + 시다의 ‘월세 영수증’ 패러디 엽서.
12. 맺음말 ― ‘혼자’라는 씨앗을 잘 길러내기 위하여
『혼자를 기르는 법』은 **“혼자 산다는 일은 나를 키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웃음과 씁쓸함이 뒤섞인 생활의 파편으로 증명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잘 기른 혼자’가 결국 ‘잘 만나는 우리’**를 만든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오늘도 퇴근 후 방 한구석에 몸을 웅크린 당신에게, 시다의 담담한 한마디를 건네며 글을 마친다.
“우리에겐 늘 내가 있었고, 그래서 또 내일을 여전히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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