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김현정, 김민정, 인간 이재명, 아시아

booksworld 2025. 5. 2. 21:28

 

 

정치는 언제나 냉철한 이성과 냉혹한 현실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인간입니다. 감정을 품고, 상처를 입고, 성장하는 사람. 『인간 이재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정치인의 생애나 성과를 나열하는 전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적 인간’ 이전에 ‘인간적 정치인’ 이재명이라는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는 한 편의 인간 탐구서이며, 한국 현대 정치사의 중요한 단면을 인간의 서사로 녹여낸 성실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1. 기획 의도: "왜 이재명인가?"

김현정과 김민정, 두 저자가 이재명을 다룬 이유는 단순히 그의 정치적 입지나 지명도 때문이 아닙니다. 두 저자는 이재명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렬하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능력 있는 행정가’로서 추앙받는 동시에, ‘강성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그를,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롯이 한 인간으로 조명해보고자 했습니다. 이재명이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어떤 삶의 방식으로 자신을 갈고닦았는지, 왜 그렇게 직설적이고 때로는 날카로운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해, 인간학적 탐구의 시선을 던진 것입니다.

2. 절망 속에서도 움튼 가능성의 씨앗 — 어린 시절

책은 이재명의 유년기부터 시작합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성남의 달동네로 이사한 뒤 겪은 가난과 굶주림, 열악한 노동 환경은 단순히 배경설명이 아니라 그의 가치관 형성의 기원으로 묘사됩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고된 노동, 팔을 다치고도 병원에 가지 못한 현실은 어린 이재명에게 ‘이 사회는 약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가 공장에서 일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 육체의 피로보다 더 깊은 인간적 무시와 모욕은 이후 그의 정치를 지배하는 ‘약자 중심’의 사고를 설명하는 실마리로 작용합니다. 이재명이 ‘기득권’과 ‘불평등’을 언급할 때마다 느껴지는 현실감은, 이론이나 통계가 아닌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3. 배움에 대한 열망 — 밤을 새운 공부

이재명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소년이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며 중·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독학으로 대학 입시에 도전하여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합니다. 노동과 배움이 동시에 이뤄졌던 그 시절은, 단순한 성공스토리를 넘어 한 인간의 의지와 집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당시 그가 어떤 교재를 어떻게 구해 읽었고, 어떤 방식으로 학습했는지까지 섬세하게 다루며, 이재명의 ‘자기주도형 삶’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공부는 단지 수단이 아닌,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였고, 존재 증명의 도구였습니다.

4. 약자의 변호인 — 변호사 이재명의 시대

변호사로서의 이재명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법조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자청하며, 노동자·장애인·청년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섭니다. 책에서는 그가 맡았던 여러 굵직한 사회 소송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며, 그의 ‘정치 이전의 정의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장애인 복지 관련 소송이나, 공익 목적의 인권 변호 활동은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핵심 감정선 — "불의를 참을 수 없음" — 을 정확히 포착해내는 장면입니다. 그는 ‘정치적 계산’이 아닌, ‘정서적 결핍과 경험’으로부터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이 대목에서 진하게 묻어납니다.

5. 시장, 도지사, 그리고 대선후보 — 정치인의 성장기

성남시장 당선은 그의 정치 입문이자, 시스템 개혁의 첫 무대였습니다. 이재명은 성남시의 적자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고, 시민 배당제를 시행하는 등 파격적인 행정 실험을 단행합니다. 저자들은 당시 정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었는지를 상세히 추적하며, 이재명의 정치가 단지 퍼포먼스가 아니라 ‘데이터와 분석’에 기반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더 큰 실험이 가능해졌습니다. ‘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같은 정책은 비판과 지지를 동시에 받았지만, 코로나19 시기의 민첩한 대응과 과감한 예산 집행으로 실효성을 입증했습니다. 『인간 이재명』은 이러한 정책들을 단지 결과로 평가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가치 체계와 철학에 근거한 것인지를 보여주며 설득력을 더합니다.

6. 이재명의 언어와 감정 — 공감과 분노 사이

이재명의 언어는 강렬하고 직설적입니다. 때로는 그것이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책은 그 언어의 배경을 심리적·사회적 맥락에서 설명합니다. 그는 정제된 외교적 언어보다, 땀에 젖고 눈물로 다져진 말들을 선호합니다. 이재명의 언어는 설득보다 증언에 가깝고, 이념보다 체험에 기반한 것입니다.

저자들은 ‘분노하는 정치’가 아니라, ‘공감에서 비롯된 정치’로 그의 스타일을 해석합니다. 그가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유독 단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선한 분노’라는 개념으로 읽히는 감정의 뿌리를, 그의 성장 환경과 성격 분석을 통해 풀어냅니다.

7. 비판의 대상이자 희망의 상징

『인간 이재명』은 결코 그를 이상화하지 않습니다. 그의 실수, 극단적 언행, 불필요한 갈등 유발 등도 객관적으로 서술됩니다. 특히 검찰 조사나 가족과 관련된 논란, 대선 패배 이후의 변화 등은 ‘정치인 이재명’이 아닌 ‘고민하는 인간 이재명’의 초상으로 묘사되며, 균형 잡힌 서술이 돋보입니다.

책은 그를 비판하거나 옹호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복합적이고 모순된 인간임을 그대로 보여주며, ‘왜 그가 지지받는가’에 대한 사회적 배경을 독자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마무리하며 — 이재명이라는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인간 이재명』은 정치적 편견이나 진영 논리를 떠나, 한 인간의 삶과 철학을 진지하게 성찰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정치인은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 ‘나와 다른 길을 걸어온 이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정의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텍스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 진영을 넘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독자에게 의미 있는 독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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