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재명, 서해성, 이재명의 굽은 팔, 김영사

booksworld 2025. 5. 2. 21:14

 

 

들어가며: 한 사람의 인생이 시대를 증명할 때

“굽은 팔이란, 고된 노동 끝에 생긴 굽은 형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꺾인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 『이재명의 굽은 팔』은 단순히 신체적 형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징이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비틀리고 상처받고 부러질 듯 휘어진 삶이지만, 결코 꺾이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의지를 드러내는 메타포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삶은, 그러한 굽은 팔처럼 결코 매끈하거나 정제되지 않았고, 그래서 더 강인하고 현실적이며, 어쩌면 누구보다 ‘우리’의 삶에 닿아 있다.

이 책은 정치인의 자서전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시대 보고서다. 저자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정치인이자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이 책은 그의 삶과 신념, 분투의 기록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모순과 희망을 직시하게 한다.


1. 빈곤에서 시작된 삶 – 굽은 팔의 출발점

이재명은 경북 안동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많은 농촌 가정처럼 그의 가족도 도시로 떠났다. 그들이 정착한 곳은 경기도 성남의 달동네였다. 공단 노동자로 일하며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학교보다 일터가 더 익숙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린 나이에 산재로 팔이 굽어버린 그의 팔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노동의 고단함과 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흔적’이자, 그가 품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변화의 씨앗이기도 했다.

이재명은 중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일터로 나갔으며, 공장에서 일하며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을 성공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운’보다 ‘불평등한 구조’다. 그는 그 구조가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억압했는지를 차근차근 서술한다.


2. ‘불공정’과의 투쟁 – 변호사로서의 첫 걸음

변호사가 된 이후, 이재명은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를 위한 소송을 도맡았다. 노동자 산재, 철거민, 공익 제보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법정에서 대변하는 일을 했다. 그가 택한 변호는 이윤보다는 가치 중심의 선택이었다.

그 시절의 경험은 그가 이후 펼치게 될 정치적 행보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법률이라는 체계를 통해 억울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지만, 동시에 법과 제도조차도 기득권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구조적 모순을 더 날카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변호사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라는 전장에 뛰어들게 된다.


3. 성남시장 시절 – ‘작은 정부, 큰 변화’의 실험

2010년, 그는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인생을 시작한다. 이 시기는 이재명이 ‘행정가’로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시기다.

성남시는 당시 재정 파탄 상태였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외형적 개발을 멈추고, 시민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무상복지’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각종 정책—무상급식,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지원 등—은 당시 보수 언론과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후퇴하지 않았다. 실용과 데이터 기반 행정을 앞세워 실제로 시 재정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돈도 아끼고 복지도 늘리는’ 구조를 증명해냈다. 그는 정치가 말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고 믿었고, 그것을 실행했다.


4. 경기도지사 시절 – ‘기본소득’과 행정 혁신

2018년, 이재명은 경기도지사로 선출된다. 이 시기에 그는 보다 광범위한 행정 실험을 감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본소득’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 개념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자는 이재명 철학의 집약체였다.

그는 ‘지역화폐’라는 수단을 통해 기본소득을 지역경제와 연결시키며,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공공병원 강화’, ‘버스 준공영제’,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 등 각종 민생 행정을 추진하며 국민적 인지도와 영향력을 동시에 키워갔다.


5. 이재명의 철학 – ‘공정’, ‘정의’, ‘약자와의 동행’

이재명의 철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정, 정의, 그리고 약자와의 동행이다. 그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을 ‘불공정’에서 찾는다. 동일한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 결과의 평등 또한 요원하다는 그의 사고는, 단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천 철학이다.

그는 ‘강자에게는 강하게, 약자에게는 따뜻하게’를 행정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실제 행정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때론 ‘독종’처럼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불도저형 리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철학을 가진 리더는 드물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6. 『이재명의 굽은 팔』의 의미

이 책은 단지 자서전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가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책에는 그가 겪은 개인적인 고난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빼곡히 담겨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제안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재명이 제시하는 사회는 결코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그림이다.


7. 독자로서 느끼는 울림

『이재명의 굽은 팔』은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불의한 세상에서, 당신은 침묵할 것인가?” 그는 말한다. “나는 늘 두려웠다. 그러나 더 이상 두려움에 발이 묶이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정치인을 넘어 한 인간의 용기, 그리고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시대가 휘어질수록, 누군가는 곧게 서 있어야 한다. 이재명은 그 역할을 자처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굽은 팔로 쓴 투쟁과 희망의 기록이다.


마치며: 왜 지금 『이재명의 굽은 팔』을 읽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다시금 정치와 삶의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혐오와 분열이 일상이 된 시대, 사람보다 숫자와 권력이 우선시되는 세상에서 이 책은 묻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행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재명의 굽은 팔』은 그런 물음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이재명의 삶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잊고 있던 어떤 기본을 떠올릴 수 있다. 공정함, 따뜻함,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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