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의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의 재서사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
✨ 9년 만의 귀환, 김연수의 여섯 번째 소설집
김연수 작가의 신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여섯 번째 단편 소설집입니다. 전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긴 침묵을 깨고 등장한 이 작품은 단순한 ‘귀환’이 아닌, 오히려 더 심화된 사유와 문장,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깊은 물음을 품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으며,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모두가 공통적으로 ‘시간’과 ‘기억’,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향해 수렴됩니다. 단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삶의 방향성과 존재의 의미를 묻는 질문 앞에 서게 만듭니다.
📂 수록 작품 소개
각 단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인물과 배경, 시간을 담고 있지만, 모두 김연수만의 특유한 문체와 서정성, 존재론적 깊이를 공유합니다. 다음은 그 주요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개요입니다.
1. 『이토록 평범한 미래』 (표제작)
1999년 여름, ‘동반자살’을 계획했던 두 대학생. 그러나 그들은 우연히 한 SF 소설 『재와 먼지』를 접하고, 그로 인해 삶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됩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면, 혹은 ‘기억한다’는 것이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적용된다면 우리의 현재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를 묻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이 역설적인 문장은, 시간의 선형적 흐름을 뒤흔들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재사유하게 만듭니다.
2. 『난주의 바다 앞에서』
한 아이를 잃은 인물은 정난주라는 조선 후기의 실존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떠올리며, 자신의 비극과 세계의 기억을 접목시킵니다. “슬픔은 공유될 수 없지만, 이야기로 변환되면 삶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전개됩니다.
3. 『진주의 결말』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 단편은 ‘결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도달되는지를 서사적으로 고민합니다. 한 인물이 선택한 한 장면은 시간 속에서 반복되며, 그것이 과연 ‘진짜 결말’인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옵니다.
4.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몽골 고비사막의 바얀자그. 그곳에서 한 남자가 목격한 것과, 그가 거기에서 겪는 변화는 독자에게 경이와 두려움, 그리고 삶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던집니다. 낯선 공간은 우리를 낯선 질문으로 이끕니다.
5. 『엄마 없는 아이들』
부재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진 이후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삶을 감내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요. 상실과 재구성, 기억의 왜곡과 회복이라는 테마가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집니다.
6.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기억 속 ‘한 사람’이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기억이 내 삶을 얼마나 장악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정적인 단편입니다. 작가 특유의 정적이지만 감각적인 언어가 돋보입니다.
7. 『사랑의 단상 2014』
2014년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연애담은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사랑, 그리고 그 감정의 잔여물들이 어떻게 삶의 바닥에 남아있는지를 보여줍니다.
8.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단편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가득합니다. 2100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어떤 기억을 갖게 될까요? 이 질문은 작가가 책 전반에 걸쳐 독자에게 묻는 핵심 질문이기도 합니다.
⌛ 주제: 시간과 기억, 그리고 평범함의 가치
김연수의 글은 늘 조용하지만 강합니다. 소리치지 않고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림을 남기며, 사유의 자리를 마련해줍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특히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반드시 ‘과거’의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기억할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실현된 예언이 아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가능성에 대한 책임입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비범한 상상’이자 ‘간절한 희망’입니다.
💬 인상적인 문장들
-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 “시간은 우리를 지나가지만, 기억은 우리가 만든다.”
- “한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 그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
🪞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현대인의 삶은 언제나 빠르게 흐릅니다. 하지만 그 빠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잊습니다. ‘기억하는 법’을, ‘기다리는 법’을, 그리고 ‘묻는 법’을. 김연수의 이 소설집은 그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상실을 기억하며 위로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갈 이유를 다시 말해줍니다.
또한 이 책은 문학적으로도 정점에 다다른 김연수의 문장력이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단지 문학 독자뿐 아니라, 철학과 시간,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사유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 작가 소개: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김연수 작가는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의 깊이를 더해왔습니다. 그는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문체로 한국문학의 중추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소설집을 통해 그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습니다.
📌 마무리하며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거창한 이야기로 삶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하루, 스쳐가는 기억, 잊힌 사람, 고요한 순간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묻습니다.
미래는 여전히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우리가 서 있는 현재는 그 둘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입니다. 이 책은 그 자리에서 마주하는 독자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미래가, 사실은 가장 지켜야 할 가치라고.
- 교보문고: https://bitl.bz/84BNfU
- Yes24: https://bitl.bz/k9C0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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