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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문학동네

booksworld 2025. 5. 2. 16:05

 

 

1. 📘 서문: “사랑한다는 말보다 먼저, 함께 있어준다는 말”

세상의 끝자락에 놓인 생명들에게는 사랑보다 더 절실한 말이 있다. 바로 “곁에 있어줄게”라는 말. 『자기 앞의 생』은 이 한 마디의 무게와 의미를 우리에게 온몸으로 체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에밀 아자르, 혹은 로맹 가리가 쓴 이 작품은 프랑스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휴머니즘 문학을 넘어선다. 그 안에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삶, 타인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사랑, 그리고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연민이 담겨 있다.

1975년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사실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쓴 작품이었다. 이미 한 번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는 다시는 수상 자격이 없었기에, 그는 필명을 이용했고, 결과적으로 같은 작가가 두 번 공쿠르상을 받은 유일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 소설이 그의 정체성을 숨기고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문학적 실험이자 고백으로 읽히는 이유는 그 안에 ‘가리’라는 인간의 마지막 희망과 절망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2. 👦 인물 소개: “모모와 로자, 이름 없는 관계의 아름다움”

이야기의 화자는 모하메드, 줄여서 ‘모모’라고 불리는 소년이다. 그는 정확한 나이조차 모른 채, 파리 외곽의 벨빌이라는 빈민가에서 살아간다. 그의 보호자는 로자 아줌마. 유대계 폴란드 출신의 노년 여성으로, 젊은 시절 매춘부로 살았던 그는 이제 더 이상 몸을 팔 수 없는 매춘부들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일을 한다.

모모는 아랍계 아이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았고 어머니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로자 아줌마는 그런 모모를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품는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대감은 혈연을 뛰어넘는다.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연인처럼 애틋하며, 때로는 노모와 아들의 관계처럼 진득하다. 이 복잡한 감정선이 작품의 중심을 관통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지 소수자이거나 고통받는 존재라는 점이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누구보다 따뜻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견고한 그들의 일상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진짜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3. 🏚 배경의 힘: 파리 빈민가, 소외된 이들의 우주

소설은 파리의 벨빌 지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낭만적인 파리는 없다. 이곳은 이민자, 노숙자, 매춘부, 아이들, 그리고 늙고 병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음습하고 거친 공간이다. 삶은 늘 불안하고, 미래는 늘 불투명하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등장인물’로 기능한다. 벨빌은 주인공들에게 삶을 선사하는 동시에 고통도 안긴다. 하지만 바로 그 고통의 깊이에서 연대와 애정이 피어난다. 이곳에서 이들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이 나누고, "사랑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에 더 치열하게 서로를 껴안는다.


4. 🧠 문체와 화법: 아이의 눈으로 본 잔혹한 현실

『자기 앞의 생』이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린 모모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는 철없고 엉뚱하지만 동시에 예리하고, 어른이 알지 못하는 진실을 순진한 말투로 툭툭 던진다.

“로자 아줌마는 죽지 않기 위해 오래 누워 계셨다”라는 문장은 그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모모는 죽음을 외면하거나 비극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일부이며, 때로는 너무 고통스러운 삶보다 ‘죽음’이 더 자비로울 수 있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아이의 관점이다.

이렇듯, 작가는 의도적으로 아이의 화법을 차용함으로써 현실의 잔혹함을 더 생생하게 드러낸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진실은 독자의 마음을 깊이 후벼 판다.


5. 💔 삶과 죽음, 그 사이의 거리

로자 아줌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노쇠해진 그녀는 병원에 가는 것도 거부한다. 그녀는 유대인 수용소 경험 이후 병원이라는 공간을 죽음의 전초기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모는 로자 아줌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가 병원에 끌려가지 않도록 숨긴 채 간병한다.

이 장면은 소설의 클라이맥스이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지점이다. 아이는 어른을 보호하고, 죽음 앞에서 함께 있어주며, 그 존재 자체를 끝까지 인정한다. "당신의 죽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을게요"라는 메시지가 이 장면 전체를 관통한다.


6. 🧬 정체성과 편견: 인간은 단지 하나의 '이름'이 아니다

작품은 아랍계, 유대계, 프랑스 본토인, 트랜스젠더, 노인, 어린아이, 불법 이민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다르다’고 여겨진 존재들이다. 하지만 모모의 눈에는 그 누구도 ‘타자’가 아니다. 그는 이들 모두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심지어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에게조차 연민을 느낀다.

결국 『자기 앞의 생』은 말한다. 인간은 그 누구도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으며, 사랑은 경계를 묻지 않는다고.


7. ✨ 문학적 가치와 영향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안겼다. 비평가들은 ‘에밀 아자르’라는 신예 작가의 천재성에 놀랐고, 독자들은 그 따뜻한 시선에 눈물지었다. 로맹 가리라는 정체가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그는 이미 세계적인 작가였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자기 앞의 생』은 이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책으로 남았다. 프랑스 문학의 걸작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8. 🖋 추천사

“『자기 앞의 생』은 단순히 잘 쓴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형체를 기록한 인간의 보고서다.”
– 어느 독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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